배고픈 돼지 scrap



"오세훈 시장님 믿고 삶의 전부를 걸었습니다"




기록이 되어 남는 글과 달리 말은 입 밖으로 내뱉으면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그뿐이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내뱉고 입을 꾹 다물면 그건 그냥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자신은 결코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 때문인지
한 번도 저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철없는(신체적 나이와 지식수준을 떠나서) 정신상태 때문인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저런 약속을 너무도 쉽게 한다.

그들은 말의 폭력에 대해 모른다.
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 빈말로 흘려보내는 한마디에 한가닥 희망을 품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사람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그 고통을 모른다.

우리 학과 교수님 중에 정신장애자 인권관리위원회? 뭐 그런 곳에서 일하는 분이 계신데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주 가관이다.
예전에 과제 때문에 정신장애자 복지기관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곳은 이미 치료원이나 복지기관이 아니라 감옥이다.
그곳에 수용된 환자들은 자신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개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나마 그정도라도 해 주는 게 어디야 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가족도 포기한 너를 매일 먹여주고 입혀주는 것에 감사해!'라는데 달리 뭐라고 반박하겠는가. 별 힘도 없는데.
그건 이미 사는 게 아니라(live) 살아남는(alive) 수준이 아닐까.
갑자기 월-E의 명대사가 떠올라서 찡해지네.

어쨌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특히나 눈에 띄는 '결점'이 있다는 이유로 타인을 깎아내리기는 얼마나 쉬운가.
정신이 불완전한 사람들(정신세계가 빈곤한 사람들)에게 동정을 보낸 줄은 모르면서
신체적, 물리적 여건이 불완전한 사람들에게는 안심하고 조소를 날린다.
결국은 스스로에게서 만족하지 못 하니 그런 것 아닌가?
난 너와 다르니까 최소한 너보다는 괜찮아, 내지는 내 인생은 적어도 보잘것없는 네 인생보다야 낫지.
이런 식의 비참한 자기위안을 얻는 게 아닌가?

저런 장애인들을 괴롭히면서 말이다.
물론.. 저런 걸 의식적으로 느끼면서 살아가는 건 아니겠지만, 무의식적인 기제는 저런 게 아닐까 싶다.

약자를 괴롭히는 것만큼 비겁한 짓도 없다.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어 무엇에든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갖고 노는 것만큼 치사하고 야비한 짓도 없다.

우리나라 20대들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이 걱정되어 시위에도 안 나가고 처박혀 공부를 한다지만
저 사람들은 당장 내일 먹을 밥 내일 당장 잘 곳이 없어 맨발로 거리에 나섰다.
돌아갈 곳도 맞아줄 사람도 없는 저들은 자신들을 막아선 경찰부대 앞에 주저앉아 오열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감탄스러워지는 것이다.
자기 나라 자기 민족,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저 비참하고 가여운 사람들 하나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하면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이나 가 자빠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단한 봉사정신이..
(물론 거기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일단 자기 주변부터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말이 거칠어 거북하다면 죄송)

내 가족 내 새끼는 소중하면서 정작 자기 가족들에게 버려진 남의 자식들은 안중에도 없지.
나를 정말 열받게 하는 건 오세훈도 오세훈이지만
제대로 감당도 못 할 거면서 시설이란 걸 설립한 설립자들,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보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안심하고 저지르는 잔인한 행동에 치가 떨린다.
그런 당신들도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들 딸이고,
또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버지 어머니겠지요.
난 그게 참 소름끼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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